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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의 문화생활
    그 때의 추억 2022. 3. 10. 18:52

    가족 사진첩은 많기도 하다.

    입춘이 훨씬 지난 짙어가는 이른 봄밤에 동생으로부터 캐톡이 울린다.
    제부가 술 한잔 먹고 기분 업 돼서 사진첩 정리하며 보내는 거라며 부모님과 나 동생 넷이서 나의 9세때 찍은 가족사진이었다.
    부친은 검정 두루마기.
    모친은 반짝이 저고리.
    두 여자 아이는 색동 저고리를 입고 있다.
    요즘 같지 않게 스마일 표정은 없고 무표정인 모습이지만 56년 전의 기억을 깨운다.


    내 고향 면소재지에선 사진관은 딱 한 군데 있었다. 추억사진관이다.
    어머니는 가끔씩 가족사진을 찍었는데 평소에는 부모님 그리고 동생과 나 그러니까 단촐한 가족이었다.
    서울에서 방학 때 오빠가 내려온다던가 할머니께서 다니러 오시면 어김없이 모친은 가족사진을 찍자며 사진관으로 안내를 하신다.
    할머니는 그레이 반짝이 두루마기, 모친은 래드계열반짝이 두루마기로 단장하셨을 것이다.
    사진사 아저씨는 검정천을 둘러 쓰고 눈깜박이지 말라고 당부를 하신다.


    모친은 친구들, 친목 회원들 과도 사진을 곧잘 찍어서 방안 여기저기에 걸어 놓으셨다.

    어릴 적 나의 생각으론 모친은 그리 미인 계열도 아닌데 사진찍는걸 즐겨하실까 의아심이 생겼다.
    그렇지만 이제 나의 어머니 나이가 되고보니 아무리 미인이라도 늙어가는 모습은 그리 예쁠 것도 아름다울 것도 없다.
    미인도 젊어야 아름답다.

    사춘기 시기에 초등시절 사진을 보니 가족 사진 속의 내 옷차림새가 무릎부분을 덧대어져 있는 모습이다.
    골덴 바지로 기억하는데 아마도 난 다리 밑에서 데려 왔을 거라 여기며 우울했던 날도 있었다. 사춘기는 예민한 시절이긴 했을거다.
    난 초보 직장인이었고 오빠가 대학생이었는데 방학이 되어 고향집 방문이었을 적 모친은 전혀 우리의 의견은 아랑곳 않고 가족사진은 의식처럼 행해졌다.
    멋을 아나 세련미가 흐르나 시골 냄새가 올라오는 모습이 간직하고 싶지 않는 사진들이었다.




    초등 때 사진이 또 스친다.
    학교 어머니날 행사때였다.
    난 3학년 동생은 1학년.
    모친이 만들어 준 꽃무늬 포플린 맬빵 치마와 하얀 브라우스 검정 운동화를 신었다.
    모친은 올림 머리에 한복을 입으시고 어머니날 행사 구경꾼으로 나섰다.
    그런데 오후쯤 멋쟁이이신 부친이 선그라스를 쓰고 고모라며 젊은 여인을 대동했는데 그여인 또한 모자부터 하이힐까지 한번도 우리 동네에선 보지 못했던 멋쟁이 차림새다.
    내 동생의 옷 한벌을 사왔는데 그 옷 또한 기계 주름 원피스에 프릴달린 하얀 브라우스였다.
    엄마랑 난 시골티가 좔좔 흐르고 아버지랑 고모, 내 동생은 옷차림새로 봐선 서울에서 딴살림 차려서 내려온 가족 이방인 같은 모습이었다
    어쩌면 엄마의 가슴을 후벼 팠을 지도 모를 일이다.


    아마 그 사진 또한 어딘가에 있음직도 하다.
    사진 찍는걸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나 지니간 추억은 한장의 사진으로 그날들을 기억하며 흐뭇 하기도 할것이다.
    요즘은 곧잘 썬그라스로 주름진 눈을 가리고  치아만 살짝 드러내며 사진을 찍어 프로필사진에  바꿔가며  올려 놓는다.늙어가는  나의 모습들이다.
    더 나이 들기전에   사진 한판 그것  또한
    즐거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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